환자 vs 치과의사 누가 갑인가? 글들

갑을 관계란 계약서상의 계약자들을 간단하게 지칭하는 단어지만 관용적으로는 ''을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계약자를 지칭하고 ''을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계약자를 말한다. 을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가 공분을 일으키며 요즘 을 구하기담론으로 사회가 들끓고 있다. 이를 치과에도 적용시켜보자. 환자와 치과의사의 관계에 있어서는 누가 갑일까. 환자의 생살여탈권만 두고 보면 치과의사가 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치과의 경쟁이 심화된 요즘 환자의 지위가 치과의사보다 더 높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지난 주 모교의 치과병원에 관찰 실습을 갔었을 때 상당히 놀란 일이 있었다. 다수의 환자들이 진료비 상담을 하면서 견적이 어떻게 나오느냐 견적서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 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료 행위가 일반 재화처럼 사고 팔아지는 단순한 서비스로 여겨지는 것 같아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 치과가 넘쳐나는 오늘의 환자들은 치과 진료를 자신의 입맛대로 받을 수 있는 소위 갑질이 가능한 그런 곳이 되어 버린 것일까.

환자가 스스로 의료를 소비하는 '소비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치과 진료에서도 소비자는 왕이다며 횡포를 부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진료하는 의사에게 '아저씨'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하며 어떤 환자는 진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돈을 지불하지 않고 그냥 가기도 한다. 과거에는 의사의 말에 순수히 따르는 환자가 대다수였지만 환자들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런 검사가 뭐가 필요하냐’ ‘발치를 해 달라는 막무가내식 자가진단과 처방 요구가 종종 나온다. 환자는 통상적인 진료에 따르는 사소한 불편도 돌팔이 치과의사 탓이며, 본인의 관리 부족으로 재치료가 필요할 경우도 치과의사 책임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진료비는 저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서비스업에서는 손님이 인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이 치과에도 적용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뛰어난 의술이 때론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의 위상을 보장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나는 특수한 상황일 뿐 보편적인 상황은 단연코 아니다. 본질적으로 치과 진료는 구강 건강을 다루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사고 팔아지는 서비스업과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치과의사는 전문지식을 갖춘 의료인으로서 비전문인인 환자와의 관계에서 바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치료를 같이 고민하고 고통을 공감할 동반자적 관계여야 한다. 이는 절대 갑과 을의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되며 갑을 관계를 자처하는 이상 신뢰는 깨질 수밖에 없다. 환자 스스로가 자신을 고객이나 소비자로 인식한다면 동반자적 관계를 포기하고 계약 관계를 자처하는 셈이 되어버리며 결국 그러한 신뢰의 상실은 환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구강 건강을 다루는 치과의사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환자를 귀히 여기며 참다운 의술을 펼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덧글

  • 채널 2nd™ 2018/11/20 23:31 # 답글

    >> 그것이 치과에도 적용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무차별적으로 공평하게 다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보편적인 세계의 참을 수 없는 추세입니다.

    아니 무상 급식을, 이건희 애새끼라서 무상 급식 안하고, 생활 보호 대상자라고 해서 유상 급식하고 그런게 말이나 됩니까..??
  • emptydream 2018/11/20 23:37 #

    마지막 문장을 읽고 답변 글을 써야하나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8/11/21 05: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11/21 09:3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타마 2018/11/21 09:03 # 답글

    갑을 관계가 되면 안되는 것에 적극 동감합니다. 저는 치과에서 몇번 갑질을 당하고 나니... 신뢰따윈 바닥으로 내려간지 오래지만... 그렇다고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 emptydream 2018/11/21 10:46 #

    제가 다 속상하네요.. 이미 받으신 치료는 어쩔 수 없겠지만 모든 치과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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